현대사회의 ‘무의미’하고 우스꽝스러운 관습을 어떻게 이해할까? : 3장 문화의 잔존물(1) 원시문화



세계의 문명이 실제로 좇아온 과정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증거 가운데, 내가 ‘잔존물’이란 용어로 소개하면 편리하겠다고 여긴 엄청난 종류의 사실들이 있다. 이것들은 본래 그것들이 있었던 사회가 아닌 새로운 단계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습관의 힘에 의해 지속되어 온 과정, 관습, 견해 등이며, 따라서 옛날의 어떠한 문화 조건에서 새로운 것이 진화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자 사례로 남아 있다. 


타일러는 다양한 문화들의 바탕에 깔린 기본적 동일성을 전제했지만, 실제로 동서고금의 문화에서는 전혀 이해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이 흔히 발견된다. 옛날 타타르족은 왜 문지방 밟는 것을 금기시했고, 로마인들은 왜 5월에 결혼하는 것을 반대했을까? 도무지 맥락도 없는 것 같은 이상한 숙어들, 언어 습관들은 어디서 생겨난 걸까? 심지어 특정 지역에서 나타나는, 물에 빠졌다가 헤엄쳐 나오려는 사람을 다시 물속에 밀어 넣는 관습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문명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도 우리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낯선 관습을 종종 마주치게 된다. 가령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재채기를 하고 나서 신의 축복을 빈다거나(God Bless You!) 하품을 하고 나서 신의 자비를 구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해하기 어려운 낯선 현상들을 이해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타일러의 ‘문화과학’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다. 과연 신의 섭리 등의 초자연적 설명이나 무의미한 우연에 맡기지 않고 합리적으로 그러한 낯선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을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타일러는 진화라는 시간적인 축을 도입하고 문화의 발달 단계를 상정한다. 타일러에 의하면, 인간의 문화는 진화하지만, 진화의 속도나 과정은 문화마다, 그리고 하나의 문화 안에서도 서로 다를 수 있다. 각각의 조건에 따라서 어떤 것은 훨씬 더 진화하고, 어떤 부분은 진화가 덜 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는 진화가 덜 된 채 남아있는 경우를 ‘잔존물(survivals)’로 지칭하였다. 


전제 : 인간의 문화도 과학적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타일러는 문화라는 가장 역동적이고 인간적인 영역 역시 “기계”의 작동을 연구하듯이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고 본다. “문화과학은 아직까지 초보적인 단계에 있지만, 가장 즉흥적이고 동기가 없게 보이는 현상들조차 기계학의 사실처럼 확고하게 뚜렷한 원인과 결과의 범위 안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타일러의 주장이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타일러는 이 장에서 즉흥적이고 별다른 동기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관습들, 나아가 가장 터무니없게 보이는 관습들을 사례로 든다. 가장 터무니없게 보이는 관습들도 단지 무의미한 쓰레기더미가 아니라, 실은 어떤 일관되고 논리적인 원칙에 따라 생겨난 것으로서, 원래의 자리에서는 충분히 이해 가능한 합리적인 것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명의 발달을 거치면서,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했던 생각들과 행동들은 점점 쇠퇴”해서 고등한 문명 단계에서는 단순한 잔존물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원래의 의미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각 세대는 원래의 의미를 점점 더 잊어버려서, 마침내 그것은 대중의 기억에서 떠나버린다.” 그러나 많은 관습들은 원래의 의미가 폐기된 새로운 사회에서도 계속 수행되면서, 일종의 이해할 수 없는 어리석은 짓이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잔존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역사의 발달 과정을 추적하는 길밖에 없으며, 역으로 잔존물의 존재는 문명의 발달에 관한 그의 이론을 뒷받침해주는 중요한 토대이기도 하다. 

3장의 앞부분에서 타일러는 아이들이 흔히 하는 게임의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는데, 손가락 숫자 알아맞히기 게임이나 덧셈 게임의 사례들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친숙한 것들이기에 흥미롭다. 그 외에도 제비뽑기, 동전던지기, 주사위던지기 등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운에 맡기는 게임들이 쇠퇴한 주술의 잔존물의 사례로 제시된다. 


“당신을 물어뜯은 개의 털” : 뜻 모르고 하는 말들


타일러는 인류에게서 고정된 습관이 그것이 생겨난 맥락을 넘어서 계속 지속되어온 사례를 찾아서, 전통적 격언들, 오래된 속담들, 수수께끼들로 넘어간다. 그러한 말들은 “실제 의미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희미해져서 완전히 무의미한 것으로 가라앉아” 버리더라도 오래된 형식만 여전히 전수되는 대표적 잔존물이다.

타일러는 먼저 터무니없게 느껴지는 영어 숙어들을 예로 든다. 가령 ‘버릇없는 젊은이’를 영어로 “unlicked cub”(lick이 ‘핥다’를 의미하기에, 직역하면 ‘핥아지지 않은 새끼’)라고 한다. 왜 그럴까? 고대 로마의 플리니우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그 말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데, 곧 곰은 눈도 머리카락도 형체도 없는 흰 살덩이로 태어나지만 나중에 혀로 핥아주면 형체를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당신을 물었던 개의 털’은 해장술이란 의미로 사용되는데, 타일러가 볼 때 이는 원래 은유도 농담도 아니었다. 오히려 해를 입힌 것이 또한 치료도 할 것이라는 고대 동종요법 원칙의 수많은 사례 가운데 하나로서, 실제로 개에 물린 상처를 치료하는 처방이었다. 스칸디나비아의 『에다』에는 “개털은 개에 물린 상처를 치유한다.”는 언급이 있다.

그 외에도, 많은 영국인들은 짜증내는 아이에게 “너는 오늘 기분이 별로 안 좋구나”라는 의미에서 “You got out of bed wrong foot foremost this morning.(직역하면, 너는 오늘 아침 일어날 때 잘못된 발-왼발-을 먼저 내밀었구나)”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말뜻을 거의 혹은 전혀 모른다. 타일러가 볼 때, 이는 오른쪽과 왼쪽을 각각 좋은 것과 나쁜 것에 연결하는 단순한 관념 연합의 수많은 사례들 가운데 하나이다.


“뒤의 개는 개(dog)지만, 앞의 개는 개님(Mr. Dog)이다.” : 인류의 속담과 수수께끼


특히 타일러는 인류의 속담과 수수께끼를 길게 예시하는데, 재치있는 속담과 수수께끼의 다양한 사례들은 무척 재미있다. 타일러가 말하듯, “속담에 담긴 재치는 흔히 언제나 그렇듯 신선하며, 그 지혜는 적절하기 때문이다.” 타일러가 볼 때, 속담은 문명의 특정 시기에 주로 등장한다. “속담은 가장 낮은 단계의 부족들에게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듯한데, 좀 더 높은 단계의 야만인들 가운데 일부에게서 안정된 형태로 처음 등장한다.” 타일러가 제시한 속담의 사례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피지인들의 속담 : 그들은 계획성 없는 사람을 비웃을 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콘도 사람들은 (카누를 만들기도 전에) 돛대를 먼저 자른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이 자기가 살 수 없는 것을 탐내듯 바라볼 때, 그들은 말한다. “진정하고, 물고기를 봐.”

남아프리카 바수토족 : “사자는 먹으면서 으르렁거린다.”는 말은 어떤 것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다. “씨 뿌리는 달은 머리 아픈 달이다.”란 말은 일을 끝내야할 때 핑계를 늘어놓는 게으름뱅이를 묘사한 것이다.

서아프리카의 사례 : 그들은 하인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주인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 “말이 바보라고 기수도 바보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눈에 띄는 것은, “가난한 자가 속담을 만들면 그 말은 퍼지지 않는다.”는 속담도 등장한다는 점인데, “가난한 자들의 지혜에 대한 대중적 멸시가 매우 깔끔한 솜씨로 담겨” 있을뿐더러, 다른 한편으로 속담 만들기를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언급한다는 것 자체는 그 땅에서 속담 만들기가 아직까지 현존하는 기술임을 보여준다. 

타일러가 제시한 아프리카인들의 속담 가운데서 나는 특히, “뒤의 개는 개(dog)지만, 앞의 개는 개님(Mr. Dog)이다.”라는 속담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여하튼, 타일러는 현대인들은 오래된 속담들을 수집하고 사용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속담 만들기에는 실패한다고 본다. 현대인이 새로 속담을 만들려고 하면, 이는 새로운 신화나 새로운 동요를 발명하려는 시도와 마찬가지로 허약하고 영혼 없는 모방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이후 타일러는 다양한 수수께끼의 사례들도 제시하는데, 질문과 대답이 함께 제시되어 있으니, 독자는 각각의 수수께끼 질문을 읽고 답을 댈 수 있는지 스스로를 시험해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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